
걸프해의 수도, 문화와 석유가 공존하는 도시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일곱 개 토후국 가운데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는 아부다비 토후국의 수도이자, 연방 전체의 정치와 행정 중심지다. 이웃한 두바이가 관광과 상업, 부동산 개발을 앞세워 성장한 것과 달리,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 석유 매장량의 대부분을 보유한 지역답게 국부펀드를 앞세운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개발 방식을 취해왔다. 그 결과 도시 전체가 두바이보다 한결 여유롭고 정돈된 인상을 주며, 넓은 도로와 잘 관리된 가로수, 정부 기관이 밀집한 반듯한 도심 구조가 특징적으로 눈에 띈다. 도로 곳곳에 조성된 로터리마다 대형 조형물이나 분수가 설치되어 있어, 신호 대기 중에도 도시가 공들여 가꾼 공공 미술을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되는 것도 아부다비 특유의 풍경이다. 도시는 페르시아만에 접한 삼각형 모양의 섬을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코니시라 불리는 해안 산책로가 도심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어 저녁이면 조깅이나 산책을 즐기는 현지인들로 붐빈다.
최근 이십여 년 사이 아부다비는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화와 예술, 교육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사디야트 섬에 조성된 문화 지구로, 세계적인 미술관과 대학 분교를 유치하며 아부다비를 걸프 지역의 새로운 문화 허브로 자리매김시키려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아부다비는 왕실 가문의 전통과 부족 사회의 관습을 비교적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도시로, 공식 행사나 국경일에는 전통 의상과 매사냥 같은 유목 문화의 흔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온화하고 쾌적한 날씨가 이어지는 반면 여름철에는 습도를 동반한 무더위가 심해, 실외 일정은 대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시간대로 옮겨 잡는 것이 현지인들의 오랜 생활 방식이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두바이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에티하드 타워스와 알 다르 본사 건물처럼 독창적인 곡선 디자인을 자랑하는 건축물들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있어, 걸프 지역 특유의 절제된 세련미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 수도이자 국부펀드의 거점 도시답게 대사관과 국제기구 지사가 밀집해 있는 것도 아부다비의 도시 성격을 규정짓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밤이 되면 코니시를 따라 늘어선 조명과 해상에 떠 있는 요트들이 어우러지며 낮과는 또 다른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 관광지 중심의 일정에 지친 여행자들이 잠시 숨을 돌리기에 알맞은 시간대로 꼽힌다.
셰이크 자이드 모스크와 루브르 아부다비, 두 개의 상징
아부다비 여행에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곳은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다. 순백의 대리석과 금박 장식, 수십 개의 돔과 첨탑으로 이루어진 이 모스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이슬람 사원으로, 내부에 깔린 대형 카펫과 거대한 샹들리에는 각각 세계 최대급 규모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이슬람교도 방문객에게도 개방되어 있어 종교와 관계없이 많은 여행자가 찾는 곳이며, 해 질 무렵 조명이 켜지는 순간의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대비되는 현대적 상징으로는 사디야트 섬의 루브르 아부다비를 들 수 있는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의 협력으로 문을 연 이 미술관은 원형 지붕 사이로 빛이 스며드는 독특한 건축 구조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동서양의 예술품을 함께 아우르는 소장품 구성이 특징이다. 개관 이후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비롯한 추가 미술관 건립도 함께 추진되고 있어, 사디야트 섬 일대는 앞으로 몇 년간 걸프 지역 문화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계속 주목받을 전망이다.
도심에서는 아부다비의 정치적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카스르 알 와탄, 즉 대통령궁 일부가 일반에 공개되어 있어 화려한 내부 장식과 정교한 이슬람 문양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다. 페라리 월드나 야스 워터월드 같은 대형 테마파크가 모여 있는 야스 섬은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인기가 많으며, 같은 섬 안에 조성된 야스 마리나 서킷에서는 해마다 국제 자동차 경주 대회가 열려 도시의 또 다른 활력을 더한다. 옛 정취를 찾고 싶다면 카스르 알 호슨을 방문할 만한데, 이는 아부다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산호와 진흙으로 지어진 요새이자 왕궁이었던 곳이며, 인근의 문화 재단 건물과 함께 도시의 근대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코니시 산책로에서는 자전거 대여소와 공공 해변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 가족들이 저녁 시간대에 즐겨 찾는 생활 밀착형 공간으로도 기능한다. 조금 더 먼 곳으로는 사막 지역인 리와 오아시스나 인접 토후국인 알 아인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여행자도 있는데, 알 아인은 아랍에미리트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지도자의 고향으로 전통 요새와 오아시스 농원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런 근교 일정을 하루 정도 더 끼워 넣으면 초현대적 도심 풍경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오아시스 마을을 함께 경험할 수 있어, 아부다비 여행의 폭을 한층 넓힐 수 있다. 최근에는 만그로브 국립공원에서 카약을 타고 해안 생태계를 둘러보는 체험형 투어도 인기를 얻고 있어, 도심 관광과는 다른 자연 친화적 일정을 더할 수 있다.
걸프의 예절과 미식, 아부다비를 여행하며 알아둘 것들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 연방 내에서도 전통과 종교적 관습을 비교적 엄격하게 지키는 도시로 꼽힌다. 공공장소에서는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단정한 옷차림이 권장되며, 특히 셰이크 자이드 모스크를 방문할 때는 여성 방문객에게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가 무료로 대여되므로 별도의 복장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라마단 금식월 기간에는 낮 시간 동안 공공장소에서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는 행위를 삼가는 것이 예의이며, 이 시기 상점과 식당의 영업시간이 평소와 다르게 조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음주는 라이선스를 갖춘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만 가능하고,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나 만취 행위는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음식 문화에서는 아라비아반도 전통의 마초부스나 하리스 같은 요리를 전문 식당에서 맛볼 수 있으며, 대추야자와 카다멈을 넣어 끓인 아랍식 커피 카흐와는 손님 접대의 상징으로 여겨져 방문한 자리에서 대접받는 경우가 흔하다. 도시 이동에는 저렴하고 깨끗한 시내버스와 택시가 널리 이용되며, 최근에는 차량 호출 애플리케이션도 보편화되어 여행자들이 편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사진 촬영에 있어서는 정부 청사나 군사 시설 인근에서 허가 없이 촬영하는 것을 삼가야 하며, 현지인을 촬영할 때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예의로 통한다. 전반적으로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비해 관광객 밀집도가 낮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조용하고 정제된 걸프 지역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특히 잘 맞는 도시로 평가받는다. 물가는 두바이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형 쇼핑몰마다 부가가치세 환급 창구가 마련되어 있어 출국 전 절차를 밟으면 일부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지인과 대화를 나눌 때는 가족의 안부나 건강을 먼저 묻는 것이 예의로 통하며, 오른손으로 물건을 건네고 받는 관습 역시 걸프 지역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지는 예절이다. 매를 활용한 전통 사냥인 매사냥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어 매년 열리는 관련 전시나 경연을 통해 이를 접할 기회도 있으니, 일정이 맞는다면 걸프 지역 고유의 유목 전통을 가까이서 살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대추야자를 이용한 디저트나 로즈워터를 곁들인 전통 과자류도 시장이나 기념품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여행을 마무리하며 현지의 맛을 챙겨가기에 좋은 선택지가 된다. 레스토랑 이용 시 팁은 필수는 아니지만 청구서에 봉사료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 소액을 남기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