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화산 위에 세운 스코틀랜드의 옛 수도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수도로, 오래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바위 언덕 위에 성이 세워지면서 도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 화산암 언덕 위에 자리한 에든버러성은 도시 어디에서든 눈에 띄는 랜드마크로,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와 별개의 왕국으로 존재하던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도시는 크게 중세의 좁은 골목과 높은 건물이 밀집한 올드타운과,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계획적으로 조성된 넓고 반듯한 거리의 뉴타운으로 나뉘는데, 이 두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함께 지정될 만큼 대조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도시 경관을 이루고 있다. 두 지역 사이를 가르는 계곡에는 프린세스 스트리트 가든이라는 긴 녹지가 조성되어 있어, 이 공원을 사이에 두고 중세와 근세의 서로 다른 시대가 마주 보고 있는 독특한 구도를 이룬다.
올드타운의 중심 도로인 로열 마일은 에든버러성에서 홀리루드 궁전까지 이어지는 약 1.6킬로미터의 거리로, 이 길을 따라 좁은 골목인 클로즈들이 미로처럼 뻗어 있다. 중세에는 이런 골목마다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공동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는데, 이는 당시 에든버러가 유럽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가운데 하나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화강암과 사암으로 지어진 짙은 회색빛 건물들이 도시 전체에 통일감을 주며, 이 때문에 에든버러는 종종 '회색 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이 회색빛 도시는 18세기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의 중심지로서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흄 같은 사상가들을 배출했는데, 이런 지적 전통 덕분에 에든버러는 '북방의 아테네'라는 별칭으로도 함께 불려왔다.
기후는 스코틀랜드 특유의 서늘하고 바람이 많은 날씨가 이어지며, 여름에도 쌀쌀한 저녁이 흔하고 겨울에는 해가 짧고 어두운 날이 많다. 이런 음울한 날씨와 언덕 위 고성이 어우러진 분위기 때문에 에든버러는 오래전부터 고딕 문학과 유령 이야기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해왔으며, 실제로 이 도시는 유럽에서 유령 관광이 가장 활발한 곳 가운데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올드타운 지하에는 과거 흑사병이 창궐했을 당시 봉쇄되었다고 전해지는 지하 골목들이 남아 있어, 이를 탐방하는 지하 유적 투어가 밤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신비로운 분위기는 조앤 롤링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이 이 도시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써내려간 배경이 되기도 했다.
에든버러성에서 아서스시트까지, 도시 위의 파노라마
에든버러 여행의 중심은 단연 에든버러성이다. 화산암 절벽 위에 자리한 이 요새는 스코틀랜드 왕실의 보석과 대관식 돌로 알려진 스콘의 돌을 소장하고 있으며, 매일 정오에 발사되는 예포 의식도 유명한 볼거리로 꼽힌다. 성에서 로열 마일을 따라 내려오면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의 독특한 왕관 모양 첨탑을 마주하게 되고, 길 끝에는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얽힌 홀리루드 궁전이 자리해 있어 왕실과 종교의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궁전 옆으로는 스코틀랜드 의회 건물이 현대적인 곡선 디자인으로 자리하고 있어, 유서 깊은 왕실 건축물과 최근 지어진 정치 공간이 나란히 마주 보는 독특한 대비를 이룬다.
도시 동쪽에는 아서스시트라 불리는 또 다른 사화산 언덕이 있는데,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정상까지 오르면 에든버러 전체와 멀리 포스만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을 만날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자연 그대로의 언덕을 오를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유럽 대도시에서는 찾기 힘든 에든버러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꼽힌다. 정상까지는 왕복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도 부담 없이 도전해볼 만하며,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파이프 지역의 해안선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뉴타운 쪽으로 넘어가면 프린세스 스트리트 정원 너머로 월터 스콧을 기리는 고딕 양식의 스콧 기념탑이 서 있고, 이 거리를 따라 조성된 조지 왕조풍 건축물들은 올드타운의 중세적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세련되고 절제된 도시 미학을 보여준다.
매년 8월이면 에든버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 축제인 프린지 페스티벌의 무대가 되어 도시 전체가 거리 공연과 연극, 코미디 무대로 가득 찬다. 이 시기 로열 마일은 전단지를 나눠주는 공연자들과 즉석 공연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며, 평소의 차분한 도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활기를 느낄 수 있다. 프린지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과 밀리터리 타투 공연까지 겹치면서, 8월의 에든버러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연장으로 변모하는 진풍경을 이룬다. 근교로는 기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스털링성이나 하이랜드 지역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도 많다. 국립스코틀랜드미술관에서는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유럽 거장들의 회화도 함께 감상할 수 있으며, 무료 입장이라는 점에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꼽힌다.
위스키와 백파이프, 에든버러에서 알아둘 것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술인 위스키는 에든버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다. 로열 마일 곳곳에는 스카치 위스키 전문점이 늘어서 있어 지역별로 다른 풍미를 시음해볼 수 있으며, 스카치 위스키 익스피리언스 같은 체험형 시설에서는 증류 과정과 숙성의 원리를 배우며 시음을 즐길 수 있다. 전통 음식으로는 양의 내장을 다져 향신료와 함께 조리한 해기스가 있는데, 순무와 감자 매시를 곁들여 먹는 이 요리는 스코틀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여겨져 매년 1월 로버트 번스의 생일을 기리는 축제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거리에서는 전통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로열 마일과 프린세스 스트리트 곳곳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관광객을 위한 공연이면서도 스코틀랜드 고유의 음악 전통을 잇는 문화적 실천이기도 하다. 저녁이면 일부 펍에서 실제로 전통 민속 음악인 포크 세션이 열리기도 하는데, 즉흥적으로 모인 연주자들이 바이올린과 아코디언을 곁들여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남성들이 격식 있는 자리에서 착용하는 격자무늬 치마 킬트 역시 씨족마다 고유한 무늬를 지니고 있어, 결혼식이나 축제에서 이를 갖춰 입은 모습을 볼 기회가 종종 있다. 로열 마일의 기념품점에서는 씨족별 무늬를 새긴 스카프나 소품을 판매하는데, 자신의 성씨와 연결된 무늬를 찾아보는 것도 여행자들 사이에서 소소한 재미로 통한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만큼 방수 재킷과 따뜻한 겉옷을 겹쳐 입는 것이 여행 내내 유용하며, 언덕이 많은 지형 탓에 편한 신발도 필수적으로 챙겨야 한다.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에서 카드 결제가 무리 없이 통용되지만, 소규모 시장이나 노점에서는 소액 현금을 지니고 있는 편이 여전히 유용하다.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 사람들 특유의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 펍이나 상점에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교 방식으로 통한다. 대중교통은 트램과 버스가 도시 전역을 연결하고 있으며, 올드타운의 좁은 골목은 도보로 둘러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팁 문화는 잉글랜드와 비슷하게 필수는 아니지만 레스토랑에서 관례적으로 소액을 남기는 편이며, 스코틀랜드는 자체적인 지폐를 발행하고 있어 잉글랜드 은행권과 함께 통용되는 모습도 여행자에게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상점에서 스코틀랜드 지폐 사용을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잉글랜드로 넘어갈 계획이라면 미리 잉글랜드 은행권으로 환전해 두는 편이 여러모로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