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곽 도시 안에 사원이 숨 쉬는 태국 북부의 옛 수도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 산악지대에 자리한 도시로, 13세기 란나 왕국의 수도로 세워진 이래 오랜 세월 독자적인 문화권을 형성해 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구시가지는 옛 성벽과 해자로 둘러싸인 정사각형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지금도 성문 유적을 기준으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독특한 도시 구조를 지닌다. 방콕과 달리 저층 건물 위주로 형성된 스카이라인 덕분에 도시 어디서든 도이수텝산의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며, 이런 아담한 규모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 치앙마이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란나 왕국의 유산은 치앙마이 곳곳의 사원 건축양식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방콕의 화려한 양식과는 달리 목조 구조와 섬세한 조각이 어우러진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이런 독자적인 문화적 정체성 덕분에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 란나 문화의 중심지로 불리며, 방콕과는 확연히 다른 언어 억양과 생활 방식을 지닌 지역으로 소개된다. 도시 인근 산악지대에는 몽족, 아카족 등 여러 소수민족이 거주하고 있어, 치앙마이를 거점으로 이들의 전통 마을을 방문하는 트레킹 투어도 활발히 이루어진다.
치앙마이는 방콕보다 고도가 높은 산악지역에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후를 지니며, 특히 11월부터 2월까지의 건기에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기도 한다. 3월과 4월에는 농업 잔재를 태우는 관행과 대기 정체 현상이 겹쳐 스모그가 심해지는 시기로 알려져 있어, 이 시기를 피해 방문 일정을 잡는 여행자들도 적지 않다. 반면 매년 11월에 열리는 러이끄라통과 이펭 축제 기간에는 수천 개의 풍등이 밤하늘을 수놓는 장관이 펼쳐져,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관광 시즌으로 꼽힌다.
치앙마이국제공항은 시내와 매우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며, 방콕에서는 국내선 항공편으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다. 구시가지 안은 도보나 자전거로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규모이며, 성 밖의 님만해민 지역은 카페와 부티크 상점이 밀집한 트렌디한 구역으로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치앙마이는 오래전부터 수공예 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도 유명해, 도자기와 목공예, 은세공 같은 전통 기술을 이어가는 마을이 근교에 여럿 남아 있다. 인구 규모는 방콕에 비할 바 아니지만 태국 북부 경제와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치앙마이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학가 분위기가 도시에 젊고 활기찬 느낌을 더해준다.
도이수텝 사원과 옛 성곽 사원가를 거니는 여정
왓프라탓도이수텝은 치앙마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자리한 사원으로, 황금빛 탑을 오르는 나가 계단이 상징적인 풍경을 이룬다. 전설에 따르면 흰 코끼리가 불사리를 등에 지고 오르다 멈춘 자리에 사원을 세웠다고 전해지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치앙마이 시내 전경은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왓체디루앙은 구시가지 안에 자리한 거대한 탑 유적으로, 지진으로 일부 붕괴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원이다.
왓프라싱은 란나 양식 건축의 정수로 평가받는 사원으로, 섬세한 목조 조각과 황금 장식이 어우러진 본당이 특히 아름답다는 평을 받는다. 일요일 저녁이면 구시가지 라차담넌로를 따라 워킹스트리트 야시장이 열려, 수공예품과 먹거리 노점이 거리를 가득 메우는 활기찬 풍경을 만들어낸다. 님만해민 지역은 개성 있는 카페와 갤러리, 편집숍이 밀집한 지역으로, 전통 사원가와는 전혀 다른 세련된 분위기를 지닌 치앙마이의 또 다른 얼굴로 소개된다.
치앙마이 근교의 매림과 매사 지역에는 코끼리 보호구역이 조성되어 있어, 코끼리를 타는 대신 목욕시키고 먹이를 주는 윤리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확산되는 추세다. 도이인타논국립공원은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을 품고 있는 국립공원으로, 폭포와 계단식 논, 소수민족 마을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당일치기 자연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빠이는 치앙마이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몇 시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작은 산간 마을로, 예술적인 감성의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모여든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로 잘 알려져 있다. 매홍손과 치앙라이 같은 북부 지역도 치앙마이를 거점으로 다녀올 수 있는 근교 여행지로, 골든트라이앵글과 백색사원 왓롱쿤 같은 이색적인 명소가 함께 소개된다.
치앙마이 동물원과 인근의 후아이깨우 폭포는 시내에서 가까운 자연 명소로, 도심 관광에 지친 여행자들이 짧게 다녀오기 좋은 코스로 알려져 있다. 반타왈 예술문화센터는 옛 저택을 개조한 미술관으로, 태국 현대미술과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조용한 문화 탐방 코스로 추천된다. 구시가지의 해자를 따라 조성된 자전거 도로는 아침저녁으로 산책이나 조깅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붐비며, 성벽 유적과 어우러진 풍경 덕분에 여행자들에게도 사랑받는 산책 코스로 꼽힌다. 저녁 무렵 성문 유적 앞에는 간단한 노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해, 낮과는 다른 소박한 야시장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카오소이와 손탐으로 맛보는 란나식 북부 음식
카오소이는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면 요리로, 카레 육수에 삶은 면과 바삭하게 튀긴 면을 함께 얹어내는 독특한 조리법이 특징이다. 방콕의 요리보다 매운맛이 덜하고 향신료의 풍미가 은은하게 배어 있는 것이 북부 태국 요리의 공통된 특징으로, 이는 미얀마와 중국 윈난 지역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설명된다. 남프릭옹은 다진 돼지고기와 토마토를 매콤하게 볶아 만든 딥소스로, 찹쌀밥이나 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는 란나식 전통 음식이다.
깝무와 캡무라 불리는 바삭한 돼지껍질 튀김은 북부 태국 특유의 간식으로, 시장 노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찹쌀밥과 함께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이우아는 레몬그라스와 각종 허브를 넣어 만든 북부식 소시지로, 숯불에 구워 먹으면 향긋한 허브 향이 두드러지는 별미로 꼽힌다. 치앙마이의 재래시장인 와로롯 시장에서는 이런 북부 향토 음식 재료와 완제품을 함께 구매할 수 있어, 현지 식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소로 자주 추천된다. 북부 방언으로 손탐이라 불리는 파파야 샐러드는 방콕식 쏨땀보다 담백하고 젓갈 향이 강하지 않아, 매운맛에 약한 여행자도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로 꼽힌다.
치앙마이는 방콕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지녀, 장기 체류하며 태국 요리 교실이나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여행자들도 많다. 사원 방문 시 복장 규정은 방콕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적용되며, 특히 왓프라탓도이수텝처럼 신성시되는 사원에서는 더욱 정숙한 태도가 요구된다. 소수민족 마을을 방문할 때는 사진 촬영 전 허락을 구하는 것이 예의이며, 지나친 상업화로 인한 문화 왜곡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윤리적인 여행사를 선택하는 것이 권장된다. 산악지역 특유의 일교차가 크므로 낮과 밤 온도차에 대비해 겉옷을 챙기는 것도 실용적인 준비물로 꼽힌다.
치앙마이 사람들은 방콕 사람들보다 느긋하고 정겨운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런 지역 정서는 요가와 명상 리트릿 프로그램이 유독 발달한 배경으로도 설명된다. 삼 개월씩 머무는 장기 여행자를 겨냥한 코워킹 공간과 저렴한 숙소가 님만해민 일대에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디지털노마드들이 모여드는 도시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요리 학교에서 하루 코스로 진행하는 태국 요리 수업도 치앙마이 여행에서 인기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시장에서 재료를 직접 고르는 과정부터 참여할 수 있어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경험으로 자주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