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도시, 대서양을 마주하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최대 도시로, 정치적 수도는 라바트이지만 경제와 상업의 중심지 역할은 카사블랑카가 맡고 있다. 스페인어로 '하얀 집'을 뜻하는 이름은 과거 유럽 상인들이 해안에서 바라본 흰색 건물들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며, 실제로는 아랍어로 '다르 엘베이다(Dar el-Beida)'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1942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카사블랑카'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었지만, 정작 영화는 이 도시에서 촬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여행자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일화다.
도시의 도시계획은 프랑스 식민 지배 시기인 20세기 초에 크게 재편되었으며, 이 시기에 조성된 아르데코 양식 건물들이 지금도 도심 곳곳에 남아 모로코의 다른 도시와는 다른 유럽풍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면 하산 2세 모스크 같은 현대 건축물은 전통 이슬람 건축 양식과 최신 공법을 결합해 지어져, 카사블랑카가 전통과 근대화가 공존하는 도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구 규모나 항구 물동량 면에서 북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경제 허브로 꼽히며, 마라케시나 페스 같은 관광 중심 도시와 달리 실용적이고 분주한 상업 도시의 색채가 짙다.
기후는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도 다른 모로코 내륙 도시에 비해 덥지 않고 해풍 덕분에 비교적 선선하다. 겨울에는 강수량이 늘어나며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다. 이 때문에 카사블랑카는 사하라 사막 투어나 마라케시 여행과 달리 도시 자체의 더위 부담이 적은 편으로 소개된다.
모로코 왕실과의 관계도 깊어, 하산 2세 국왕의 이름을 딴 대모스크가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자리 잡았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최대 항구를 보유해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물류 거점 역할을 하며, 이 때문에 도시 인구 구성도 모로코 각지에서 몰려든 이주민 비중이 높은 편이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항공의 허브 공항인 무함마드 5세 국제공항을 보유하고 있어,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을 잇는 항공 교통의 요지로도 기능한다. 카사블랑카는 인구 규모 면에서 북아프리카 전체를 통틀어 손꼽히는 대도시로, 모로코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이 도시와 인근 광역권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도 도시의 위상을 보여준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자주 열리는 도시이기도 해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도심 곳곳에서 응원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하산 2세 모스크와 아르데코 거리
카사블랑카 여행에서 가장 압도적인 인상을 남기는 곳은 하산 2세 모스크다. 대서양 바다 위에 일부가 돌출된 형태로 지어진 이 모스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첨탑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무슬림 방문객에게도 가이드 투어를 통해 내부 관람을 허용하는 몇 안 되는 모로코 모스크 중 하나로 여행자들 사이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정교한 자우기 모자이크 타일과 조각된 석고 장식, 대형 샹들리에가 어우러진 내부 공간은 방문 후기에서 '모로코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소'로 꼽히는 경우가 많다.
옛 메디나(구시가지)는 페스나 마라케시의 메디나보다 규모는 작지만, 좁은 골목과 재래시장이 어우러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소개된다. 아인 디아브(Ain Diab) 해안 산책로는 대서양을 마주한 해변 리조트 지구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어 현지인들이 주말 저녁 산책과 식사를 즐기는 장소로 이용된다. 프랑스 식민 시절 조성된 무함마드 5세 광장 주변에는 아르데코 양식의 우체국과 법원 건물이 남아 있어 건축에 관심 있는 여행자들에게 도보 투어 코스로 추천된다.
하비브 거리(Rue Habib)와 신도심의 마라스 지구는 세련된 카페와 부티크가 모인 지역으로, 파리풍 도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후기가 많다. 다만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다른 관광도시에 비해 유적지 밀도가 낮은 편이라, 하루 이틀 정도 도시를 둘러본 뒤 라바트나 마라케시로 이동하는 여정으로 계획하는 여행자가 많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모로코 유대인 공동체의 역사를 다루는 유대박물관(Museum of Moroccan Judaism)은 아랍권 국가 중에서는 드문 사례로, 카사블랑카가 여러 종교와 문화가 공존해온 도시임을 보여주는 장소로 소개된다. 코르니쉬(Corniche)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비치클럽들도 현지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여가 공간으로 꼽힌다. 빌라 데 자르(Villa des Arts)는 프랑스 식민 시절 저택을 개조한 미술관으로 모로코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소개되며, 도심 곳곳에 남은 아르데코 건물들을 따라 걷는 건축 도보 투어도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메디나 인근의 하산 2세 대로를 따라 걷다 보면 프랑스 식민 시절 지어진 성당과 관공서 건물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명소들은 도보나 트램으로 무리 없이 오갈 수 있는 거리에 모여 있다.
민트티 한 잔의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는 상업 도시답게 모로코 표준 아랍어와 프랑스어가 함께 통용되며, 표지판이나 메뉴판에 프랑스어가 병기된 경우가 많아 프랑스어를 조금이라도 아는 여행자라면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 이슬람 국가인 만큼 모스크나 종교시설 방문 시에는 노출이 적은 복장을 갖추는 것이 예의로 여겨지며, 하산 2세 모스크 견학 시에도 이 점이 안내된다.
음식 문화에서는 대서양에 면한 항구도시답게 신선한 해산물 요리가 발달해 있다. 항구 인근의 해산물 시장에서 직접 고른 생선을 즉석에서 구워주는 식당들이 인기가 많으며, 모로코 대표 요리인 타진(tagine)과 쿠스쿠스도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박하잎을 듬뿍 넣은 민트티는 모로코 전역과 마찬가지로 카사블랑카에서도 손님 접대와 일상 대화에 빠지지 않는 음료로, 카페 문화 자체가 현지인들의 사교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동은 트램과 버스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어 대도시 중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 수월한 편에 속한다. 다만 재래시장이나 관광지 주변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므로 초기 제시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적절히 흥정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조언이 여행 후기에서 흔히 발견된다. 금요일은 이슬람 기도일이라 일부 상점과 관공서 운영시간이 평소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미리 확인해두면 좋다.
택시는 미터기 사용 여부를 미리 확인하거나 탑승 전 요금을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통용되며, 프티 택시(petit taxi)는 시내 단거리 이동에, 그랑 택시(grand taxi)는 도시 간 이동에 주로 이용된다. 팁 문화는 일상화되어 있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소액을 남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관례로 여겨진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다른 관광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편이라 여유롭게 도시를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대중교통인 트램을 이용하면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저렴하게 오갈 수 있다. 여름철에도 해풍 덕분에 크게 덥지 않아 도보 관광에 적합한 날씨가 이어진다는 점도 자주 언급된다. 환전은 은행이나 공식 환전소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비공식 환전은 사기 위험이 있어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관문 도시로서 하루 이틀 일정으로도 도시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저녁 무렵 해안 산책로에서 노을을 감상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