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독일 최대 항구, 물의 도시 함부르크
함부르크는 독일 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엘베 강 하구에서 북해와 연결되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수백 년간 유럽 최대 규모의 무역항 중 하나로 성장해 왔다. 중세 시대부터 한자동맹의 핵심 도시로 번영을 누렸으며, 이러한 상업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함부르크는 독일에서 손꼽히는 경제력을 지닌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시 안에는 알스터 강을 막아 만든 인공 호수 알스터 호가 자리해 있어 항구도시임에도 도심 한복판에서 요트와 백조가 떠다니는 평화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함부르크는 뮌헨이나 베를린과 달리 개신교 상인 계층의 실용적이고 절제된 문화가 도시 분위기에 스며 있으며, 화려한 왕궁이나 성 대신 창고와 벽돌 건축물이 도시의 역사를 대변한다. 날씨는 북해의 영향을 받아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이 잦으며 비가 자주 내리는 편이라 방수 재킷을 챙기는 것이 좋다. 도시는 함부르크 자유한자시라는 정식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독일 16개 주 가운데 하나의 독립적인 도시국가 지위를 갖고 있다. 함부르크는 베를린에 이어 독일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도시로 약 190만 명이 거주하며, 도심 곳곳에 남아 있는 붉은 벽돌 건물들이 한자동맹 시절의 상업적 위용을 오늘날까지 전해준다.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1897년 완공된 시청사는 647개의 방을 갖추고 있어 그 규모가 런던 버킹엄궁을 능가한다는 이야기로도 종종 회자되며, 시청 앞 광장은 시민들의 각종 행사와 겨울철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중심지 역할을 한다. 알스터 강을 막아 만든 호수는 다시 도심에 가까운 빈넨알스터와 그보다 훨씬 넓은 아우센알스터로 나뉘는데, 호숫가를 따라 이어지는 융페른슈티크 산책로에서는 조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도시 스카이라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크 양식의 청동 첨탑을 지닌 성 미하엘리스 교회로, 흔히 미헬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첨탑 전망대에 오르면 항구와 구시가지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1911년 개통된 구 엘베 터널은 당시 항구 노동자들이 남쪽 부두 지역으로 출퇴근하기 위해 뚫은 보행자용 터널로, 지금도 도보나 자전거로 엘베 강 밑을 건널 수 있는 이색적인 명소로 남아 있다. 함부르크는 시내를 가로지르는 다리 수가 2천 개를 훌쩍 넘어 베네치아와 암스테르담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는 이야기가 종종 회자될 만큼 운하와 수로가 도시 구조 곳곳에 촘촘히 스며 있다.
슈파이허슈타트에서 엘프필하모니까지
슈파이허슈타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목재 기둥 위 창고 단지로, 붉은 벽돌 건물과 그 사이를 흐르는 운하가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이룬다. 과거 커피와 향신료, 카펫을 보관하던 창고였던 이곳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박물관과 카페가 들어서 있으며, 그 안에 자리한 미니어처 원더랜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형 철도 전시로 정교하게 재현된 미니어처 도시와 기차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볼거리다. 엘프필하모니는 옛 창고 건물 위에 물결치는 유리 구조물을 얹어 지은 콘서트홀로, 함부르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며 도시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전망대 플라자에서는 항구와 시내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어 무료로 개방되는 시간대를 노려볼 만하다. 상트 파울리 지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유흥가 중 하나인 레퍼반 거리로 유명한데, 낮에는 평범한 상업 지구처럼 보이지만 밤이 되면 클럽과 바가 불을 밝히며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함부르크 항구는 유람선을 타고 크레인과 컨테이너선이 늘어선 부두를 둘러보는 하펜룬트파르트 투어로 도시의 산업적 뿌리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체험이다. 슈파이허슈타트 바로 옆에는 콘토어하우스 지구가 자리하는데, 벽돌 표현주의 양식의 대표작인 칠레하우스는 뱃머리 모양으로 설계된 독특한 외관 덕분에 슈파이허슈타트와 함께 나란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강가의 란둥스브뤼켄은 부교 형태로 떠 있는 여객선 터미널로, 이곳에서 항구 투어 유람선과 엘베 강 건너편으로 향하는 페리를 탈 수 있으며 노을 무렵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부두 인근에는 1896년 건조된 범선 릭머 릭머스와 냉전 시기에 실제 사용된 잠수함 U-434가 각각 박물관선으로 개조되어 정박해 있어 배 내부까지 직접 둘러볼 수 있다. 레퍼반 거리에는 비틀즈가 무명 시절 함부르크에서 밴드 활동을 다졌던 것을 기념하는 비틀즈 광장도 조성되어 있어 음악 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매년 봄, 여름, 겨울 세 차례 성 파울리 지구의 광장에서 열리는 함부르크 돔 축제는 대관람차와 롤러코스터가 들어서는 독일 북부 최대 규모의 이동식 유원지로 현지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끈다. 강 하류의 오벨괴네 마을에는 오래된 예인선과 등대선이 정박한 박물관 항구가 있어, 관광객보다 현지 산책객이 더 많이 찾는 한적한 강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근처 강변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대형 컨테이너선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도 현지인들이 즐기는 소소한 여가 중 하나다.
피시브뢰첸과 항구가 빚어낸 함부르크의 맛
항구도시답게 함부르크의 음식 문화는 해산물 중심으로 발달했다.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피시브뢰첸은 부드러운 빵 사이에 청어나 연어 튀김, 양파와 소스를 넣은 샌드위치로, 아침이나 간단한 한 끼로 즐겨 먹는다. 알스터 호수 인근의 카페에서는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는 시민들을 볼 수 있고, 함부르크 특산 요리로는 감자와 장어를 넣고 끓인 알주페와 소고기를 곱게 다져 만든 함부르거 슈타이크가 있는데 이는 훗날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 이민자들을 통해 오늘날 햄버거의 어원이 되었다는 이야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피시마르크트는 일요일 이른 새벽부터 열리는 어시장으로, 밤새 놀던 사람들이 그대로 흘러들어 아침 식사를 하며 흥정을 구경하는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함부르크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어 우반과 에스반, 페리를 조합해 도시 곳곳을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특히 엘베 강을 오가는 시내 페리는 저렴한 요금으로 항구 전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현지인들도 즐겨 이용한다. 날씨 변화가 잦으므로 여행 시 겹쳐 입을 수 있는 옷차림을 준비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함부르크의 대표적인 디저트로는 계피 향이 강한 소용돌이 모양의 페이스트리 프란츠브뢰첸이 있는데, 이는 함부르크에서 탄생해 지금도 이 지역을 벗어나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향토 빵이다. 뱃사람들이 즐겨 먹던 음식에서 유래한 랍스카우스는 절인 소고기와 감자, 비트를 으깨어 볶은 뒤 달걀 프라이와 청어 절임, 오이 피클을 곁들이는 투박하지만 든든한 요리로 여전히 전통 식당의 단골 메뉴다. 붉은 베리류를 끓여 만든 차가운 디저트인 로테 그뤼체는 바닐라 소스나 생크림을 곁들여 여름철 후식으로 즐겨 먹는다. 함부르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커피 및 차 거래 항구 중 하나로 발전해 왔으며, 그 전통 덕분에 오늘날에도 도시 곳곳에 격식 있는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찻집이 많다. 피시마르크트 광장에 자리한 어시장 경매장 건물 피시아욱치온스할레는 1896년 지어진 철골 구조물로, 지금은 콘서트와 각종 행사가 열리는 복합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맥주에 레몬 탄산음료를 섞은 알스터바서라는 음료는 도심의 알스터 호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더운 여름날 야외 비어가르텐에서 현지인들이 즐겨 주문하는 가벼운 음료다. 함부르크 사람들은 이웃한 바이에른 지역과 달리 격식을 덜 따지는 대신 손님을 맞을 때 정확한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라, 식당 예약이나 만남 약속에 여유 있게 도착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다.